본 글은 한국은행의 "알기 쉬운 경제이야기" 열째 마당의 모든 내용을 블로그 형식으로 다시 작성한 것입니다.
돈이란?
돈은 경제의 혈액
경제생활과 돈
오늘날 돈이 없는 경제를 상상할 수 없을 만큼 돈은 일상생활을 매개하고 있어 의식주와 같은 생활의 필수품이 되었습니다. 돈만 있으면 무엇이든 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돈이 모든 죄악의 근원이라고까지 생각하는 사람도 있습니다. 이처럼 돈에 대한 생각은 사람마다 다르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은 돈을 매우 중요하게 여기는 것이 현실입니다.
우리는 적건 많건 매일 돈을 사용하고 있습니다. 버스나 지하철을 타고, 점심을 먹고, 스마트폰을 사용하는 것 등에 끊임없이 돈이 들어갑니다. 또한 소득 중에서 쓰고 남은 돈을 자금이 필요한 기업에 빌려 줍니다. 그리고 기업은 빌린 돈으로 공장 건물을 짓거나 신기술을 개발하거나 기타 생산 활동을 위해 필요한 곳에 사용합니다. 이처럼 돈은 여러 사람의 손을 거치면서 경제활동을 원활하게 해 주기 때문에 흔히 인체에 있어 혈액의 역활에 비유됩니다.
돈은 일상생활에서 여러가지 뜻으로 사용되고 있습니다. 개인이나 기업이 '돈을 많이 번다'라고 할 때의 돈은 소득이나 매출액을 뜻합니다. 또 '그는 돈이 많다'라고 할 때 돈은 재산이나 부로서 주식, 부동산 등을 포함하여 가지고 있는 순자산을 의미합니다.
사람들이 다른 사람들로부터 상품과 서비스를 구입하는데 통상적으로 사용하는 몇 가지 형태의 자산
돈은 사람들이 상품과 서비스를 구입하고 그 대가를 지불하는 데 통상적으로 사용되는 몇가지 형태의 자산을 뜻하는 말로도 쓰입니다. 이 경우 지갑에 들어 있는 현금은 돈이지만 주식은 돈으로 간주하지 않습니다. 주식을 점심 값이나 스마트폰 톤신요금으로 낼 수 없기 떄문입니다.
나라 경제에서는 이러한 돈을 화폐라고도 부릅니다. 이 장에서 돈과 화폐는 순수한 우리말과 한자어라는 차이만 있을 뿐 의미가 같다고 보고 혼용하기로 합니다. 또 엄밀한 의미로 현재 사용 가능한 현금, 예금 등의 지불수단을 뜻하는 통화도 돈과 화폐의 또 다른 표현으로서 같이 사용하기로 합니다. 이제 돈, 즉 화폐의 기능과 역사를 알아보고 돈의 공급과정 등에 대하여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돈의 세 가지 기능
돈은 기본적으로 교환의 매개물로서 지불 수단의 기능을 합니다. 돈이 갖는 교화매개 기능의 중요성은 돈 없이 물건과 물건을 맞바꾸던 물물교환 결제를 상상해 보면 쉽게 이해할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쌀을 가지고 생선과 교환하려고 할 경우를 생각해 봅시다. 우선 이 사람은 쌀이 필요하면서 그 대가로 생선을 지불하려는 사람을 찾아야 합니다. 두 사람이 운 좋게 만날 수 있다면 쌀과 생선을 교환함으로써 각자 원하는 것을 손에 넣을 수 있습니다만 현실에서 거래하려는 두 사람의 욕구가 정확히 일치하는 경우란 매우 드물 것입니다.
재화와 서비스를 사는 사람이 파는 사람에세 주는 지불 수단
그러나 돈을 매개수단으로 하여 자신이 가지고 있는 물건과 원하는 물건을 교환한다면 거래 상대를 찾기 위해 시간과 노력을 들일 필요가 없어지게 됩니다. 돈을 사용하면 탐색비용 등 여러가지 거래비용을 줄여주기 때문에 사람들은 자기가 가장 저렴하고 질 좋게 만들 수 있는 재화나 서비스의 생산에 전문화할 수 있게 됩니다. 그 결과 나라 전체로는 생산량과 소비량이 증가하여 더 풍요로운 생활을 할 수 있게 됩니다.
또한 돈에는 가치척도 기능이 있습니다. 각 상품의 경제적 가치는 돈, 즉 화폐의 단위로 표시된다는 뜻입니다. 예를 들어 쌀 40Kg의 가격을 10만 원, 노트북 검퓨터의 가격을 100만 원으로 표시합니다. 이 경우 쌀 40Kg의 가격을 노트북 컴퓨터 10분의 1대라고 말할 수도 있으나 물건 값을 모두 이런 식으로 표시하면 사회적으로 많은 불편과 비용이 뒤따릅니다. 따라서 돈을 상품의 가치를 나타내고 계산과 회계를 하는 단위로 사용합니다.
상품의 가치를 표시하고 계산과 회계의 단위가 되는 기능
돈은 가치저장 기능도 갖고 있습니다. 가치저장 기능이란 시간이 지나더라도 물건을 살 수 있는 능력, 즉 구매력을 보관해 주는 역할을 말합니다. 물론 돈만이 유일한 가치저장 기능을 갖고 있는 것은 아닙니다. 주식, 채권 등 금융자산이나 귀금속, 건물, 쌀 등 실물자산도 가치를 저장하는 기능이 있습니다. 농민은 가을에 거둔 쌀을 저장해 두었다가 다음 해에 팔아 생활비, 자녀 학비 등에 사용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쌀을 가을에 바로 팔아 돈으로 보관해 두었다가 사용하는 편이 편리할 것입니다. 쌀을 저장하기 위해서는 창고를 지어야 하는 등 많은 비용을 부담하여야 하지만 돈을 보관하는 데는 조그만 금고만 있으면 되기 때문입니다. 아울러 다른 금융자산은 단기에도 경제 여건에 따라 그 가체가 가격변동이 클수도 있는 반면 돈은 물가가 안정된 정상적인 경우 가치변동이 미미하여 상대적으로 유리합니다.
현재의 구매력을 미래로 이전시키는 기능
돈은 어떻게 새겨났니?
상품화폐에서 금속화폐로
흔히 돈 하면 위인의 얼굴이 그려져 있는 사각형의 지폐나 동그란 금속 주화를 연상하는 사람이 많을 것입니다. 그러나 인류의 오랜 역사에서 현재와 같은 도의 모량과 화폐제도가 정착된 것은 그리 오래되지 않았습니다. 돈은 결코 어는 날 갑자기 하늘에서 떨어졌거나 땅에서 솟아난 것이 아닙니다. 인간의 교환동기에 의해 자연발생적 학습 과정에 의해 생겨나 발달되어 온 하나의 사회제도인 것입니다 오래되었다는 주화의 경우에도 고작 몇천 년 정도의 역사를 갖고 있을 뿐이며 지폐는 18세기에 이르러서야 본격적으로 유통되기 시작하였습니다.
사람들이 처음에 교환의 매개물로서 사용한 것은 소금, 쌀, 베, 가축 등과 같은 다양한 물품이었습니다. 이를 상품화폐(commidity money) 또는 물품화폐라고 부르는데 물물교환에 비하면 발달된 형태였지만 이것을 돈으로 사용하는 데는 여러가지 불편한 점이 많았습니다.
문명이 발달하고 경제규모가 커지면서 상품화폐를 대산하여 등장한 것이 바로 금, 은 등과 같은 금속화폐입니다. 금속은 일반상품에 비해 휴대하기 편리하고 변질되지도 않기 때문에 화폐로서 널리 쓰이기에 유리한 조건을 갖추고 있습니다. 아울러 국가의 권력이 강화되면서 단순한 금속조각 대신 일정한 형태의 주조화폐를 유통시키디 시작했습니다. 그러나 주조화폐는 사람들이 주조에 들어가는 비용을 줄이거나 주조의 이익을 크게 하기 위해 점차 금속의 함량을 줄임으로써 명목가치에 비래 소재가치가 떨어지게 되고 그레샴의 법칙(Gresham's law)대로 시중에서 양화(良貨)가 살지고 귀금속 함유량이 적은 악화만 유통되는 문제가 나타났습니다.
16세기 영국의 금융가 그레샴이 말한 '악화는 양화를 구축한다(Bad money derives out good money)'는 법칙
지폐와 법화제도
금속화폐에 불편을 느낀 사람들은 18세기에 들면서 본격적으로 종이 돈, 즉 지폐를 사용하기 시작하였습니다. 안전한 금고를 갖고 있는 금세공상(goldsmith)은 고객이 금, 은 등을 맡기면 이것을 금고에 보관하고 그 증거로서 예탁증서를 발행해 주었는데 이것이 본격적으로 지폐를 사용하게 된 출발점입니다. 이와 같이 지폐는 그 자체가 상품으로서의 가치를 갖지 않았으마 금세공상이나 은행에 저장되어 있는 같은 금액의 금이나 은을 기초로 발행됨으로써 유통되는 데 문제가 없었습니다. 이러한 지폐를 태환지폐(convertible money)라고 부르는데(태와 환은 모두 바꾼다는 의미) 누구나 요구하면 지폐를 금이나 은으로 바꿔준다는 뜻입니다.
요구가 있으면 즉각 금이나 은으로 바꿔 줄 수 있는 지폐
지폐의 제조비용이 적고 휴대가 간편해서 금속화폐 대신 광범위하게 사용될 수 있었습니다. 지폐의 사용이 일반화되자 은행들은 신용상태만 좋으면 실제로 금고에 보관하고 있는 금이나 은보다 훨씬 많은 양의 지폐를 발행할 수 있다는 사실을 깨닫게 되었으며, 이에 따라 오늘날과 같은 불환지폐(unconvertible money)가 등장하게 되었습니다. 불환지폐는 그 자체가 하등의 상품가치를 가지지 않아 명목화폐라고도 합니다. 한낱 종이조각에 불과한 불환지폐가 돈, 즉 화폐로서 지불수단과 가치저장 등의 기능을 하게 된 것은 전적으로 이에 대한 믿음에 기초한 것입니다.
국가가 법적으로 그 가치를 보장하는 화폐
현대 국가에서는 지폐에 표시된 액수의 가치를 법에 의해 보장하고 있습니다. 국가가 법적으로 그 가치를 보장한다는 의미에서 오늘날 우리가 사용하는 화폐를 법화(legal tender)라고 부릅니다. 법화제도를 운영하기 위해서는 화폐의 위조를 막는 등 국가의 역할이 매우 중요하지만 이를 사용하는 국민의 화폐에 대한 신뢰가 무엇보다 필요합니다.
1980년대 말 구 소련의 루블화는 여전히 법화임에도 불구하고 모스크바 사람들은 루블화 대신 미국 달러화를 거래수단으로 더 선호힜습니다. 이는 자국 화폐인 루블화보다 달러화가 장래에도 실질가치의 하락 없이 통용될 가능성이 많으며 가치저장의 수단으로서 더 우월하다고 믿었기 때문입니다. 우리나라도 한국은행법에 '화폐의 발행권은 한국은행만이 가진다(제 47조)', '한국은행이 발행한 한국은행권은 법화로서 모든 거래에 무제한 통용된다(제 48조)'고 규정되어 있습니다.
한편 법화제도는 시중에 유통되는 돈의 양을 중앙은행이 관리하도록 하고 있는데 이를 관리통화제도라고 합니다. 관리통화제도 하에서는 금속화폐 시대에 없던 지폐를 남발할 위험을 지니고 있기 때문에 그로 인한 경제혼란을 방지하기 위하여 독립적인 중앙은행이 돈의 발행과 그 양을 조절하도록 하고 있습니다. 화폐의 남발로 인한 경제적 폐해는 동서고금에 그 사례가 많습니다. 조선시대 말 대원군이 경복궁을 다시 지으면서 경비 조달을 위해 당백전을 남발함으로써 물가가 폭등하고 국민의 생활이 피폐해졌던 것고 그 한예입니다.
은행이 발달하고 공신력이 커지면서 은행이 발행하는 수표는 화폐와 같이 지불수단으로 널리 쓰이고 있습니다. 최근에는 정보통신기술을 이용한 전자화폐 등도 교환의 매개물로서 이용되고 있습니다. 일부 전문가들은 현금보다 신용카드, OO페이, 디지털 화폐와 같은 비 현금 전자지급수단의 사용이 계속 늘어남에 따라 머지않아 '현금없는 사회(cashless society)'가 올 것이라고 예상하기도 합니다. 중앙은행이 직접 디지털 화폐를 발행(CBDC:Central Bank Currency)하는 방안에 대해서도 연구가 이루어지고 있을 정도로 오늘날 화폐의 모습은 진화하고 있다고 할 수 있습니다.
우리나라에서 돈, 즉 화폐의 주조오하 사용에 관한 최고의 기록은 기원전 957년 기자조선의 자모전에 관한 것입니다. 또 삼한의 하나인 마한에서는 기원전 169년에 동전을 주조하였다는 기록이 전해지고 있습니다. 그러나 고려시대 이전에는 교환의 매개수단으로 금속으로 만든 돈보다는 곡물이나 베와 같은 직물이 주로 사용되었던 것으로 짐작되며 돈에 관한 기록과 유물이 본격적으로 나타나기 시작한 것은 고려시대부터 입니다.
역사적으로 증명할 수 있는 우리나라 최초의 돈은 철을 주조해 만든 건원중보입니다. 건원중보는 고려 성종 15년인 996년에 처음으로 발행되었으나 활발히 사용되지는 않았습니다. 조선시대에 들어와 중앙집권적 통치체제를 확립해나가는 과정에서 화폐제도를 정착시키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였습니다. 1401년(태종 1년)에는 최초의 지폐인 저화(楮貨)가 발행되었으며, 1423년(세종 5년)에는 동전(銅錢)인 조선통보(朝鮮通寶)가 나왔습니다. 그러나 조선 초기에는 교환 경제가 발달하지 않아 이들 화폐가 일반적인 거래의 매개수단으로 정착되지 못하였습니다. 그러다가 상공업이 발달하면서 1678년(숙종 4년) 우리나라 화폐 발전에 획기적인 계기가 되는 상평통보(常平通寶)가 발행되었습니다. 상평통보는 우리나라 화폐 중 전국적으로 유통된 최초의 화폐이며 2세기에 걸쳐 장기간 통용되었습니다.
우리나라에서 유통된 최초의 은행권은 일본 제일은행(第一銀行)이 1902년에 개항장에서 무역 거래를 위하여 유통시킨 일 원(壹圓) 오 원(五圓) 십 원(拾圓) 3종류의 지폐입니다. 1909년 우리나라 최초의 중앙은행이라고 할 수 있는 구 한국은행(당시의 이름은 한국은행이었으나 현재의 한국은행과 구별하기 위하여 구한국은행이라 함)이 설립되고 1910년부터 일 원(壹圓) 오 원(五圓) 십 원(拾圓)권을 발행하였습니다. 1911년 8월 구 한국은행은 조선은행으로 다시 출범하고 1914년부터 일원(壹圓) 오원(五圓) 십원(拾圓) 백원(百圓)짜리 돈을 발행하였으나 중일전쟁 발발 이후에는 전비조달을 위해 은행권을 남발하여 우리나라에서 경제적수탈을 심화시켰습니다.
1950년 6월 현재의 한국은행이 설립되고 그해 7월에 최초의 원(圓) 표시 한국은행권을 사용하기 시작하였습니다. 1953년 2월에는 인플레이션의 진정 등을 목적으로 화폐단위를 원(圓)에서 환(圜)으로 바꾸고 100원(圓)을 1환(圜)으로 화폐단위를 변경하였습니다. 이후 1962년 6월 다시 화폐단위를 환(圜)에서 순수한 한글인 ‘원’으로 바꾸고 10환(圜)을 1원으로 조정하여 현재에 이르고 있습니다.
인터넷과 스마트폰 같은 정보통신기술이 발달하면서 점점 '돈 구경'을 하기 힘들어졌습니다. 사람들은 더 이상 종이나 동전으로 된 현금을 갖고 다리려 하지 않습니다. 현금 화폐가 없어도 신용카드나 체크카드, 컴퓨터나 스마트폰으로 쓸수 있는 'OO페이'와 가상화계 등 '비현금 전자지급수단'이 돈을 대신하기 때문입니다. 이처럼 현금 화폐 대신전자지급수단이 널리 사용되는 사회를 '현금없는 사회(cashless socity)'라고 합니다.
노벨상 시상식이 열리는 곳으로 유명한 스웨덴은 '현금없는 사회'에 가장 가까운 나라입니다. 이 나라에서는 현금을 받지 않고 신용카드 같은 전자지급수단으로만 결제를 해야하는 상점이 계속 늘어나고 있습니다. 미국 CNN 방송은 이미 2014년부터 스에덴을 비롯한 영국, 프랑스, 캐나다, 벨기에, 호주 등이 '현금없는 사회'에 가까워졌다고 보도했습니다.
우리나라도 '현금없는 사회'에 성큼 다가섰습니다. 사람들은 요즘 거의 현금을 갖고 다니지 않습니다. 버스나 지하철을 탈 때는 교통카드를 사용하고, 물건을 사거나 서비스를 이용할 때도 신용카드나 체크카드를 사용하기 때문입니다. 세계적인 커피 프랜차이즈인 스타벅스는 지난해부터 현금을 받지 않는 '현금없는 매장'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2017년 한국은행이 조사한 바에 따르면 우리나라 국민은 100만 원어치 물건을 살 때 76만 원어치는 신용카드 등 전자지급수단으로 결제했고, 현금을 사용한 것은 24만 원에 불과했습니다. 이처럼 현금 사용이 줄어들면서 한국은행이 발행한 지폐와 동전(순발행액 기준)은 2017년 10조 5000억 원에서 2018년 7조5000억 원으로 3조 원(28.9%)이나 감소했습니다. 앞으로도 한국은행의 화폐발행액은 계속 줄어들 것으로 예상됩니다.
'현금없는 사회'를 향해 나가는 디딤돌의 하나로 한국은행은 2017년 '동전없는 사회(coinless socity)' 사업을 시작했습니다. 가게에서 손님에게 거스름돈으로 줘야 할 잔돈을 선불커드에 충전해 주고 여기에 쌓인 돈을 나중에 쓸수 있게 한 것입니다.
‘현금 없는 사회’는 몇 가지 장점과 단점이 있습니다. 제일 큰 장점은 전자지급수단이 현금보다 사용하기 편리하다는 것입니다. 현금을 찾으러 바쁜 시간을 내 은행에 갈 필요가 없고, 지갑에 넣어둔 현금을 분실하거나 도둑맞을 위험도 없습니다. 상점에서도 현금보다 전자지급수단을 사용하는 것이 편리합니다. 물건을 얼마나 팔았는지 계산하기도 쉽고 거스름돈을 따로 준비할 필요도 없습니다. 국가에도 편리한 점이 있습니다. 상품이나 서비스를 사고판 자료가 남기 때문에 세금을 정확히 매길 수 있습니다. 또 뇌물과 같은 불법적인 자금 거래도 막을 수 있습니다. 지폐나 동전을 만드는 데 드는 비용도 아낄 수 있습니다.
그러나 문제점도 있습니다. 우선 노인들은 대체로 스마트폰과 같은 디지털기기를 잘 다루지 못하기 때문에 전자지급수단을 사용하는 것이 오히려 불편할 수 있습니다. 또 누군가 은행이나 카드회사의 전산시스템을 해킹해 돈을 훔쳐 가면 막대한 피해가 생길 수 있습니다. 특히 지진과 같은 자연재해나 정전이 일어나 컴퓨터와 통신시설이 멈추는 경우 모든 전자거래가 한꺼번에 중단되는 심각한 위기상황에 빠지게 됩니다.
자료:강기승, ‘가족과 함께 읽는 경제교실’, 동아일보 2019년 4월 16일 수정 발췌
리디노미네이션*(redenomination)이란 화폐단위를 변경하는 것으로서 보통 통용되는 모든 지폐와 동전의 액면을 1000 대 1 또는 100 대 1 등과 같이 동일한 비율의 낮은 숫자로 변경하는 것을 말합니다.
만일 현행 화폐를 1000 대 1로 리디노미레이션하면 3억 원 짜리 아파트는 30만 원으로 됩니다. 이 경우 실질적인 의미에서 가치가 변동하거나 자산 규모가 줄어드는 것은 아닙니다. 따라서 리디노미레이션은 돈의 여러 가지 기능 중에서 가치척도 기능인 표시 단위를 변경하는 정책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한편 리디노미레이션을 할 때 화폐의 호칭을 바꾸지 않으면 경제 생활에 혼란이 일어날 수 있기 때문에 보통 화폐의 호칭도 함께 변경합니다.
2004년 ㅂ월 터키 의회는 터키 정부가 제출한 화폐단위 변경에 관한 법률을 승인하여 2005년 1월부터 100만 대 1로 리디노미레이션을 실시하였습니다. 터키 중앙은행이 2004년 2월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1923년의 독일 이후 2002년의 아프카니스탄까지 모두 49개 국가에서 화폐단위를 변경하였습니다. 대표적인 사례로서 프랑스와 핀란드가 각각 1960년과 1963년에 100 대 1로, 러시아가 1998년 1000 대 1로 리디노미레이션을 실시하였습니다.
우리나라도 지금까지 두 차례에 걸쳐 리디노미레이션을 한 바 있습니다. 지난 1953년 2월 화폐단위를 100 대 1로 낮추면서 호칭을 원에서 환으로 변경하였고, 1962년 6월에는 환폐단위를 10 대 1로 낮추면서 호칭을 환에서 원으로 변경하였습니다.
그렇다면 왜 리디노미레이션을 실시하는 것일까요/ 앞에서 리디오미레이션을 실시한 국가들의 사례를 보면 대체로 다음과 같은 큰 편익이 있기 때문입니다. 경제규모가 커지거나 물가상승으로 화폐가치가 과도하게 떨어지면 화폐단위로 표현하는 숫자가 너무커져서 거래나 계산·회계처리 등 경제생활에서 불편이 많아지는데 리디노미레이션으로 이런 문제점을 해소 할 수 있습니다.
또한 이를 통해 자국 화폐의 대외적 위상을 높일 수 있는 장점도 있습니다. 우리나라 원화 환율이 미화 1달러당 1000원이라고 하면 원화의 가치가 낮아보이지만 1달러당 10원이라고 하면 그 만큼 가치가 높아 보이니까요.
한편 리디노미레이션을 부정저긍로 보는 측에서는 화폐단위가 낮아진 데 따른 착각 때문에 물가가 상승할 수 있다고 우려합니다. 예를 들어 지금 3000만 원짜리 승용차가 리디노미레이션으로 3만 원이 되었다면 가격이 싸진 것 같은 착각 때문에 승용차를 구입하는 사람들이 크게 늘어나서 승용차 가격이 올라가는 것입니다.
또한 리디노미레이션은 새 화폐를 제조하고 현금인출기(ATM)와 자동판매기를 교체하며 각종 전산 프로그램을 수정하는 데 상당한 비용이 들어가는 단점도 있습니다.
*통용되는 모든 지폐와 동전의 액면을 1000 대 1 또는 100 대 1 등과 같이 동일한 비율의 낮은 숫자로 화폐단위를 변경하는 것
돈의 공급은 어떻게 이루어지나?
중앙은행은 본원통화를 공급
어느 나라 결제든 법화제도를 운영하려면 그 제도를 책입지고 운영하는 중앙은행이 있어야 합니다. 우리나라 중앙은행인 한국은행이 이 역할을 맡고 있습니다. 세계 주요 국가의 중앙은행, 즉, 미국의 연방준비은행, 영국의 영란은행, 일본의 일본은행, 유럽중앙은행 등도 법화제도를 운영하는 기관입니다.
우리나라의 중앙은행으로서 법화를 발행하고 통화정책 등을 수행
돈의 공급 과정을 살펴보면 우선 중앙은행은 법화 발생의 독점적 권한을 통해서 지폐와 주화의 형태로 돈을 공급합니다. 이를 본원통화(本源通貨, monetary bace)라고 합니다. 여기서 '본원'이라고 하는 것은 뒤에서 설명하는 예금통화가 바로 이 본원통화를 기초로 창출되기 때문입니다.
그러면 중앙은행은 어떤 방법으로 돈을 공급할까요? 돈, 즉 본원통화는 중앙은행이 은행에 대출할 때, 금융 시장에서 국공채를 매입할 때, 외환시장에서 외환을 매입할 때, 정부가 중앙은행에 보유하고 있는 정부예금을 인출할 때 등의 경우에 각각 공급됩니다. 이와 같이 중앙은행이 공급한 돈은 은행과 민간이 나누어 보유하게 되는데 특히 은행이 보유한 돈을 지급준비금(reserves)이라고 합니다. 왜냐하면 은행이 보유한 돈은 고객이 예금을 인출할 경우에 대비하여 보관하는 지급준비 성격의 자금이기 때문입니다.
한편 은행은 고객으로부터 예금을 받으면 그 중 일정 비율을 의무적으로 중앙은행에 예치해야 합니다. 이러한 제도는 은행이 고객으로부터 받은 예금을 안전하게 돌려주기 위한 안전장치로 도입되었습니다. 그러나 은행의 입장에서 보면 지급준비금은 대출 등의 영업에 활용할 수 없는 '묶여 있는 자금'이 되는 셈입니다.
예금구분 | 지급준비금 최저율(%) |
---|---|
장기주책마련, 재형저축 | 0 |
정기예금, 정기적금, 상호부조, 주택부금, 양도성예금증서 | 2.0 |
기타예금 | 7.0 |
은행은 예금통화를 창출
넓은 의미의 돈으로 정의할 수 있는 통화(通貨)는 화폐를 발행하는 중앙은행만 만들어내는 것은 아닙니다. 은행도 통화를 만들어냅니다. 이제 은행이 통화를 만들어내는 과정을 알아보겠습니다.
중앙은행이 공급한 돈은 시중(민간)에 그 일부가 남고 나머지는 다시 은행에 예금됩니다. 은행으로 들어온 예금은 또다시 예금자가 찾아갈 것에 대비하여 일정 비율을 지급준비금으로 남기고 나머지 돈을 대출 등으로 시중에 공급합니다. 이러한 은행의 대출과 예금자의 에금과정이 되풀이 되면 결과적으로 중앙은행이 당초 은행에 공급하였던 돈은 몇 배로 늘어나게 됩니다.
앞에서 언급한 과정을 예를 들어 설명하기 위해 사람들은 현금을 지갑에 남기지 않고 모두 은행에 예금하며, 은행은 예금가운데 10%를 지급준비금으로 남겨놓고 나머지를 대출한다고 가정하여 보겠습니다. 중앙은행은 은행을 통해 정부 공사대금 100만 원을 건설업자에게 지급하고, 건설업자는 A은행에 100만 원을 예금하며, A은행은 이중 10%의 지급준비금을 남겨두고 90%를 대출합니다. 이 경우 통화량을 측정해 보면 A은행이 대출하기 전에는 100만 원이었으마 A은행이 다른 사람에게 대출하면서 융자받은 사람은 현금 90만 원을 갖게 되었으므로 현금과 예금의 합인 통화량은 190만 원이 됩니다.
경제 내에 유통되는 돈의 양
이처럼 은행이 예금의 일부를 지급준비금으로 보유하고 그 나머지를 대출하게 되면 예금통화를 창출하게 되고 이러한 과정을 계속 반복하면서 예금통화는 풍선처럼 늘어나게 됩니다. 이를 은행의 신용창출(信用創出, credit creation)이라고 합니다. 중앙은행예서 100만 원을 공급하고, 지급준비율이 10%라면 예금통화는 아래에서 보는 것과 같이 최대 1000만 원까지 늘어나게 됩니다.
import numpy as np import pandas as pd base=100 deposit=[base] reserve=[base*0.1] loan=[base*0.9] n=0 while np.sum(deposit)<=1000: deposit.append(loan[n]) reserve.append(deposit[-1]*0.1) loan.append(deposit[-1]*0.9) n +=1 len(deposit)
346
result=pd.DataFrame([deposit, reserve, loan], index=['예금통화', '지급준비금', '대출']) result.iloc[:, :5]
1 | 2 | 3 | 4 | 5 | |
---|---|---|---|---|---|
예금통화 | 100.0 | 90.0 | 81.0 | 72.90 | 65.610 |
지급준비금 | 10.0 | 9.0 | 8.1 | 7.29 | 6.561 |
대출 | 90.0 | 81.0 | 72.9 | 65.61 | 59.049 |
result.sum(axis=1)
예금통화 | 1000.0 |
---|---|
지급준비금 | 100.0 |
대출 | 900.0 |
dtype: float64 |
앞에서 지급준비금을 '묶여 있는 자금'이라고 하였는데 지급준비금은 은행의 신용창출이 무한대로 늘어나지 않도록 억제하는 브레이크 장치와도 같다고 하겠습니다. 이런 이유로 중앙은행은 지급준비금의 최저율을 변경하여 시중의 통화량을 조절할 수 있게 됩니다.
부문별로는 민간, 정부, 국외 부문 등을 통해 돈이 공급
이와같이 중앙은행은 지폐나 주화 형태로 시중에 본원통화를 공급하고, 은행은 이를 바탕으로 예금통화를 창출합니다. 이러한 돈의 공급을 정부, 민간, 국외, 그리고 기타 부문으로 나누어 파악할 수 있습니다. 여기서 민간은 가계와 기업을 말합니다. 돈의 양은 통화정책 이외에 정부활동과 국외거래 등 다양한 요인에 따라 크게 영향을 받기 때문에 통화량의 변동요인을 각 부문별로 분석해 보아야 합니다.
정부 부문을 통한 돈의 공급은 정부의 수입과 지출 활동에 따라 변동합니다. 세금을 거두어들이는 경우 돈은 정부의 은행인 중앙은행으로 들어와 통화량이 줄고 반대로 정부가 재정지출을 집행하면 시중에 돈이 늘어나게 됩니다.
민간 부문을 통한 돈의 공급은 은행이 개인이나 기업과 금융거래를 하며서 일어납니다. 은행이 대출을 늘리면 돈의 양이 늘어나고 회수하면 돈의 양이 줄어들게 됩니다.
국외 부문을 통한 돈의 공급은 외국과의 거래에서 돈을 주고받은 결과로 일어납니다. 수출대금을 받거나 외국 존을 들여와 국내은행에서 우리 돈과 바꾸면 돈의 양이 늘어나고 반대로 수입대금을 지급하면 돈의 양이 줄어들게 됩니다.
규모가 크지 않으나 기타부문을 통한 돈의 공급도 여러 가지 예가 있습니다. 가령 중안은행이 건물을 구입하거나 매각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중앙은행이 건물을 매각하면 시중의 돈이 중앙은행으로 들어와 통화량이 감소하고 그 반대의 경우에는 통화량이 늘어나게 됩니다.
경제 내에서 유통되는 돈의 양, 즉 통화량(money stock)은 물가, 금리, 환율 등의 변동을 통해 우리의 경제생활에 큰 영향을 미칩니다. 돈이 시중에 필요 이상 또는 반대로 너무 적게 풀려 있으면 경제에 많은 어려움을 줍니다. 통화량을 효과적으로 조절하기 위해서는 먼저 유통되고 있는 돈의 총량을 파악하여야 하는데 이를 위해 통화지표를 작성합니다.
통화지표는 무엇까지를 돈의 범주에 포함시키는지에 따라 여러 가지가 있습니다. 흔히 통화라고 하면 갖고 있는 지폐나 주화같은 현금만을 떠올리기 쉽습니다. 그러나 각종 예금도 필요한 경우 현금으로 인출할 수 있으므로 범위를 넓혀 이들도 통화에 포함시킬 수 있습니다. 나라마다 조금씩 다른 통화지표를 사용하고 있는데 우리나라에서는 협의통화(M1), 광의통화(M2), 금융기관유동성(Lf), 광의유동성(L) 등 네 가지 지표를 작성하고 있습니다. 각국의 중앙은행은 이러한 통화지표의 추이를 관찰하여 시중 자금의 움직임을 분석하고 통화정책을 수행하는 데 참고하고 있습니다.
- 협의통화(M1)
- 현금,즉 지폐와 주화는 명백히 돈에 포함됩니다. 그러나 우리는 많은 돈이 필요할 경우 자기앞수표를 사용하여 물품 구입대금을 지급하기도 합니다. 따라서 요구불예금잔액, 즉 자기앞수표를 발행하여 인출할 수 있는 은행의 예금계좌도 통화량에 포함시켜야 합니다. 비록 현금은 아니지만 수표발행 등을 통해 원할 경우 곧바로 현금으로 찾아쓸 수 있어 지갑 속의 현금과 거의 마찬가지이기 때문입니다. 이처럼 현금 이외에 예금취급금융기관의 입출금이 자유로운 요구불예금,수시입출식예금(MMDA) 등 결제성예금을 포함하여 M1이라고 합니다. M1은 돈의 세 가지 기능 중 교환의 매개수단, 즉 지급결제수단으로서의 기능을 중시한 통화지표라고 할 수 있습니다.
- 광의통화(M2)
- M1에 포함되는 현금과 결제성요구불예금이외에 예금취급금융기관의 만기 2년미만 정기예금,수익증권, 금융채, 거주자 외화예금 등을 포함합니다. 이들 금융상품은 결제의 수단보다는 자산을 증식하기 위해 일정 기간 저축 수단으로 보유되지만 다소간의 이자소득만 포기하면 언제든지 인출이 가능합니다. 따라서 유동성면에서 결제성 예금과 큰 차이가 없다고 할 수 있습니다.
- 금융기관유동성(Lf)
- M2에 예금취급 금융기관의 만기 2년 이상 M2 대상 금융상품과 보험사의 보험계약준비금 등을 포함하는 것으로 종전에 M3라고 불리던 통화지표입니다.
- 광의유동성(L)
- Lf에 기업 및 정부 등이 발행하는 기업어음, 회사채, 국공채 등의 유가증권을 포함시킨 통화지표로 시중의 유동성 수준을 가장 넓게 파악하는 지표입니다.
댓글
댓글 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