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차
본 글은 한국은행의 "알기 쉬운 경제이야기" 열넷째 마당의 모든 내용을 블로그 형식으로 다시 작성한 것입니다.
경제안정화정책
왜 경제안정화정책이 필요한가?
경제안정화정책의 의의
현실경제에서는 물가불안이나 실업과 같은 문제가 종종 발생합니다. 이러한 문제는 자본주의 경제에서 불가피한 일로 받아들여지고 있습니다. 그러나 외부충격에 적절히 대응하지 않거나 지나친 경기변동을 그냥 놓아두면 경제는 더욱 불안정해질 수 있습니다. 경기가 호황일 때는 물가가 불안해지고, 불황일 때는 실직자들이 생겨납니다. 우리나라의 경우 대내외 경제여건의 급격한 변화 등으로 경제불안을 경험한 사례들이 있습니다. 예를 들어 1980년대 후반 3저 호황에 따른 경기과열로 물가가 급등하였으며, 1997년 말 외환위기 직후에는 경기침체로 실업률이 크게 올라갔습니다. 또한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와 최근의 신종코로나바이러스 확산 등은 경기 부진, 고용 감소 등의 경제불안을 야기하였습니다.
80년대 후반부터 90년대 초반에 이르는 기간동안 국제적인 '저금리'와 '저유가' 그리고 '저원화가치'의 영향으로 경제가 크게 호조를 보였던 상황을 일컬음
물가가 장기간 상승하거나 실업률이 계속 높아지는 등 경제가 불안정해지면 국민은 고통을 겪게 마련입니다. 그래서 정부는 여러 가지 정책수단을 써서 경제를 안정시키고자 노력합니다. 이러한 정부의 정책적 노력을 경제안정화정책(stabiliation policy)이라고 합니다. 경제안정화정책의 수행이 정부의 중요한 역할 가운데 하나로 굳어지게 된 계기는 1930년대 세계경제가 혹독한 공항을 겪고 나서부터입니다. 이때 사람들은 시장이 경제 불안정을 자율적으로 치유할 수 있는 충분한 능력이 부족하다는 사실을 깨닫게 되었던 것입니다.
총수요를 잠재생산능력에 가깝게 조절하여 경기변동의 진폭을 완화하려는 정책
경기가 과열되어 물가가 오를 때 정부는 통화량 축소, 금리 인상, 정부지출 축소 등 총 수요를 줄이는 방법을 써서 경기를 억제시키려고 합니다. 반대로 경기가 침체되어 실업자가 늘어날 때에는 통화량 확대, 금리 인하, 정부지출 확대 등 총수요를 늘리는 방법을 써서 경기를 부양하려고 합니다. 이처럼 경제안정화정책은 총수요를 잠재생산능력에 가깝게 조절하여 경기변동의 진폭을 완화하려는 정책이라는 점에서 흔히 '총수요관리정책' 또는 '경기조절정책'으로도 불립니다. 총공급 면에서의 안정화정책도 생각해 볼 수 있으나 단기적으로 총공급을 조절하는 정책수단을 찾는 것은 현실적으로 쉬운일이 아닙니다. 왜냐하면 총공급은 기본적으로 노동, 자본, 교육, 기술수준 등 구조적인 요인에 의해 결정되어 단기적인 정부정책으로 쉽게 조절하기 어렵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대부분의 경우 경제안정화정책이라하면 총수요를 조절하려는 정책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한 나라의 경제가 보유하고 있는 노동, 자본 등 모든 생산요소를 활용해서인플레이션을 가속화 시키지 않고 실현시킬수 있는 생산수준
1920년대 후반까지만 해도 대부분의 사람들은 자본주의가 '영원한 변영'을 보장한다고 믿고 있었습니다. 1929년 10월 24일(목요일)과 10월 29일(화요일) 두 차례에 걸쳐 일어난 미국 월가의 주가 대푹락이 세계경제의 공황을 알리는 신호탄이 되리라고 예상한 사람은 거의 없었습니다. 주식시장이 붕괴되면서 금융기관이 파산했고 공장들은 문을 닫기 시작했습니다. 1932년 미국의 GDP는 1929년의 절반 수준인 587억 달로 줄어들었으며, 1929년 3.2%에 불과했던 실업률은 1932년 25%까지 치솟았습니다.
이렇게 시작된 공황은 이후 독일, 영국, 프랑스 등 유럽 전역으로 번져 전세계 제조업 생산액을 40%나 감소시키는 괴력을 보였습니다. 이러한 공황은 경기침체의 정도와 지속 기간 등에 있어 전례가 없었던 것이어서 사람들은 이를 대공황(Great Depression)이라 부르게 되었습니다. 대공황의 원인에 대하여는 의견이 분분하지만 많은 학자들이 유효수요*가 생산에 비해 부족했다는 점을 그 원인으로 지적하고 있습니다.
한편 대공황은 정부의 적극적인 재정정책을 이용해 유효수요를 증대시켜야 한다는 케인즈(J.M.Keynes)의 처방을 반영한 루즈벨트 대통령의 뉴딜(New Deal)정책이 실시되면서 차츰 해결의 기미를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뉴딜 정책의 핵심은 심각한 불황을 타개하기 위해 정부가 경제에 적극적으로 개입해야 한다는 것이었습니다. 이 정책은 정부가 재정지출을 확대해 유효수요를 늘리고 이로써 불황을 타개하여 고용을 늘리고자 하는 경제안정화정책의 전형이 되었습니다. 대표적인 사업이 미국 테네시강 유역의 대규모 댐 건설이었는데 막대한 재정지출을 통해 유효수요를 창출하고 고용을 늘릴 수 있었습니다.
*재화와 서비스의 구입을 위해 화폐지출이 수반된 수요
경제안정화정책은 크게 통화정책과 재정정책으로 구분합니다. 통화정책은 중앙은행이 통화량이나 금리를 조절하여 경제를 안정시키고자 하는 정책이며, 재정정책은 정부가 재정지출이나 세금의 조정 등을 통하여 경제를 안정시키고자 하는 정책입니다.
경제안정화정책에 관한 논쟁
정부는 경제안정화정책을 쓸 때 정책의 기본방향, 경제상황에 대한 판단, 여론의 향방 등 여러가지 요인들을 종합적으로 고려합니다. 그런데 이러한 요인들은 시대와 나라에 따라 다를 수 있고, 각 요인별 중요도도 다르기 마련입니다. 또한 어떤 정책이 경제안정을 위해 더 효과적인지, 또 어떠한 기준으로 경제안정 여부를 가릴지에 대해 명확한 해답을 내리기가 어렵습니다. 이는 현실적으로 총수요와 총공급 규모를 정확하게 파악하기 힘들고, 그것을 실질적으로 조절할 수 있는 수단도 충분하지 않으며 무엇보다도 예상하지 못한 외부충격의 가능성이 항상 존재하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경제의 안정여부는 경제성장률, 실업률, 물가상승률 등 거시경제지표의 움직임을 통해 간접적으로 판단할 수 밖에 없습니다.
경제안정화정책의 실시 시기·정도·방법 등에 관해서는 다양한 의견이 있습니다. 경제안정화정책의 실시와 관련하여 정부가 택할 수 있는 정형화된 기준은 없으며, 그 시행 시기에 대해서는 더욱 그러합니다. 경제안정화정책의 실시 정도 방법 등에 대해서는 상반된 입장이 있을 수 있습니다. 우선 경제안정을 위해 정부가 어느 정도 개입할 것인지에 대한 입장 차이가 있습니다. 경제안정화정책을 찬성하는 사람들은 경기변동이 지나칠 경우 정부가 직접 나서서 총수요를 조절해야 한다고 주문합니다. 특히 예기치 않은 충격으로 경기침체가 계속될 때에는 통화정책이나 재정정책이 총수요를 늘리는 데 매우 효과적이라고 주장합니다.
반면 경제안정화정책을 반대하는 사람들은 경제를 안정시킬 목적으로 통화정책과 재정정책을 사용해서는 안 된다고 주장합니다. 이러한 정책은 성장기반 마련, 물가안정 등과 같은 장기적인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만 사용되어야 하며 단기적인 경기변동은 스스로 해결되도록 놓아두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이들은 통화정책과 재정정책이 이론적으로 경제를 안정시킬 수 있다고 인정하지만, 현실적으로 가능한지에 대하여 강한 의문을 품고 있습니다. 이들은 경제안정화정책이 경제에 영향을 미치기까지는 적지 않은 시일이 걸리며, 재정의 자동안정화장치가 지니는 특성상 정부가 별도의 조치를 취하지 않아도 경기변동이 자동적으로 조절된다는 점 등을 들어 경제안정화정책을 쓰는 것에 반대하기도 합니다.
다음으로 경제안정을 도모하기 우한 정부의 개입방법에 대한 입장 차이도 논란거리 가운데 하나입니다. 한편에서는 경제불안을 시장실패의 하나로 여기기도 합니다. 이 실패를 보완하기 위해 정부는 장기는 물론 단기에도 경제에 적극적으로 개입해야 한다고 말합니다. 정부가 재량적으로 정책을 펼때 정부실패가 발생할 수도 있지만 이는 시장실패에 비하여 큰 문제가 아니라고 주장합니다. 다른 한편에서는 시장경제가 효율적이어서 외부충력에 대하여 자율적인 조정 능력을 가지고 있으며 경제에 개입할 때 생기는 정부실패가 시장실패보다 더 큰 문제라고 주장합니다. 그래서 이들은 경제상황에 관계없이 미리 정한 준칙(rule)에 따라 정책을 일관성있게 밀고 나갈 것을 주문하고 있습니다.
경제의 상황에 따라 정부가 적절하다고 판단하는 정책을 시행하는 방식
정책에 대한 규칙을 미리 정하고 경제의 상황과 관계없이 그 규칙을 지키는 방식
지금까지 경제안정화정책의 운영방식에 대해 살펴보았으나 어떤 방식이 우월하다고 단정하기는 어렵습니다. 경제안정화정책을 반대하는 사람들의 의견도 일리는 있습니다. 그런데 국가경제의 운영을 책임지고 있는 정부가 눈앞에 나타나고 있는 대량 실업 또한 물가 불안을 외면할 수 있을까요? 재정의 자동안정화장치만으로도 충분히 경기변동을 완화할 수 있다면 정부가 구태여 추가로 개입할 필요가 없을 것입니다.
재정의 자동안정화장치는 경기변동을 완화시키는 긍정적인 측면과 부정적인 측면을 동시에 가지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경제가 불황에서 벗어나 회복 국면에 접어들면 세금도 함께 늘어납니다. 그러나 이는 경기회복을 지연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습니다. 이와 같이 장동안정화장치는 경제불안을 완전히 해결할 정도로 강력하지 못합니다. 따라서 오늘날 시장경제체제를 채택하고 있는 대부분의 나라에서는 정부가 직접 나서서 경제안정을 도모하고자 노력하는 것입니다.
경기가 좋거나 나쁠 때 정부가 의도적으로 정부지출과 세율을 변경시키지 않아도 자동적으로 재정지출과 조세수입이 변화하여 경기변동의 크기를 완화시킵니다. 즉 경기가 좋으면 자동적으로 정부의 조세수입이 증가하여 지나치게 경기가 과열되는 것을 방지하고, 경기가 나 쁠 때는 자동적으로 정부수입이 감소하여 경기가 지나치게 침체되는 것을 방지합니다. 이와 같이 경기변동에 따라 재정상황이 변하여 자동적으로 경기를 조절하는 재정의 기능을 자동안 정화장치(automatic stabilizer)라고 합니다.
자동안정화장치의 대표적인 예로 누진소득세제, 고용보험제도 등이 있습니다. 경기가 나쁠 때는 정부의 별도 조치가 없어도 납세자들이 세금을 적게 내고 실직자들은 실업급여를 받게 됩니다. 이는 소비지출을 덜 줄어들게 하므로 경기가 지나치게 나빠지는 것을 억제합니다. 경기가 좋을 때에는 그 반대의 움직임을 보여 경기를 진정시키는 효과를 가져옵니다.
현실경제에서 누진소득세제와 고용보험제도가 경기변동을 완전히 막을 수 있을 정도로 강력한 것은 아니지만 이러한 장치들이 경기변동을 줄이는 데 일정 부분 기여했을 것으로 볼 수 있습니다.
경제안정화정책은 어떻게 운영되는가?
그러면 대표적인 경제안정화정책인 통화정책과 재정정책이 실제로 어떻게 운영되는가를 살펴보겠습니다.
통화정책과 그 수단
중앙은행이 경제가 안정적으로 발전하는 것을 돕기 위해 돈(통화)의 양이나 금리를 조절하는 정책을 >통화정책이라고 합니다. 국민의 경제활동에 있어 필요한 돈보다 너무 많은 돈이 공급되거나 금리가 지나치게 낮을 경우 경기과열과 이에 따른 물가불안이 나타나기 쉽습니다. 반대로 돈이 지나치게 적게 공급되거나 금리가 너무 높으면 경기가 침체되고 실업이 늘어나게 됩니다. 따라서 경기의 과열이나 침체 없이 경제가 안정적으로 성장하기 위해서는 돈의 양이나 금리를 적정한 수준으로 조절하는 것이 매우 중요합니다. 통화정책은 물가안정, 경제성장, 국제수지 균형, 고용 및 금융안정 등을 달성하는 것을 목표로 합니다. 이 중에서도 특히 물가안정에 추첨을 맞추는 데 이는 물가가 안정되지 않고서는 경제 내의 불확실성을 줄일 수 없고 장기적인 경제성장과 국제수지 균형 등 다른 목표도 달성할 수없기 때문입니다.
중앙은행이 통화량이나 금리를 조절하여 경제를 안정시키고자 하는 정책
중앙은행이 활용하는 통화정책 수단은 직접조절수단과 간접조절수단으로 구분됩니다. 직접조절수단은 시장원리보다 정책당국의 행정적 권한에 의해 이루어지는 정책으로 여수신금리규제, 대출규모 통제 등이 있습니다. 건접조절수단은 중앙은행이 시중에 공급하는 돈의 양이나 금리를 변경함으로써 간접적으로 시중의 통화량을 조절하는 것으로 공개시장운영(open market opretations), 여수신제도, 지급준비제도 등이 있습니다. 현재 우리나라에서는 한국은행이 간접조절수단을 주로 이용하여 통화정책을 수행하고 있습니다.
공개시장운영은 중앙은행이 국공채와 통화안정증권 등을 금융시장(공개시장)에서 사거나 팔아 단기 시장금리와 돈의 양을 조절하는 수단입니다. 한국은행이 금융시장에서 국공채를 사들이면 국공채매입 자금으로 지급한 돈이 시중에 유통되어 통화량이 증가하고, 반대로 한국은행이 시중의 돈을 줄일 필요가 있을 때는 금융시장에 국공채를 매각하여 국공채를 매입한 금융기관이 현금이나 은행예금으로 구입대금을 지급하게 되어 시중에 유통되는 돈의 양이 줄어들게 됩니다. 공개시장운영은 1830년대에 영국의 영란은행에 의해 최초로 시행되었다고 합니다. 이후 미국에서는 1913년 연방준비제도의 설립과 함께 공개시장 운영에 관한 사항을 입법화하였으며 미국 중앙은행의 가장 핵심적인 정책수단으로 발전하고 있습니다. 대다수 국가에서도 1980년대 이후 금융자유화가 진전되고 금융시장이 발달함에 따라 공개시장운영은 돈의 양을 조절하는 주된 수단으로 자리 잡게 된 것은 여수신제도 또는 지급준비제도와 달리 은행과 비은행금융기관 등 다양한 경제주체가 참여하는 금융시장에서 시장메커니즘에 의해 이루어지기 때문에 경제원리에 부합되는 정책수단인 데다 그 효과가 금융시장을 통해 공범위하고 무차별적으로 파급되는 특성이 있기 때문입니다. 또한 공개시장운영은 실시 시기나 조작 규모 및 조건 등을 필요에 따라 수시로 조정할 수 있어 신축적이 정책운영이 가능합니다.
여수신제도는 일반은행이 기업과 개인에게 자금을 대출해 주거나 예금을 받는 것과 마찬가지로 중앙은행이 금융기관에 부족한 자금을 대출해 주거나 여유자금을 예치할 수 있게 하는 정책입니다. 중앙은행은 금융기관에 빌려주는 돈의 양이나 금리를 변동시킴으로써 시중의 돈의 양을 조절합니다. 이 제도는 중앙은행제도 초기에 은행이 기업에 어음을 할인해 준 어음을 다시 할인 매입하는 형식으로 자금을 지원했기 때문에 재활인제도라고도 합니다.
각국의 중앙은행은 여수신제도를 통해 시중에서 유통되는 돈의 양을 조절하는 한편 일시적 자금부족에 직면한 금융기관이나 영리기업을 대상으로 필요자금을 신속하게 지원함으로써, 금융불안의 확산을 차단하는 최종대부자(lender of last resort) 기능을 수행하기도 합니다. 예를 들어 한국은행은 1997년 말경 외환위기로 금융시장이 크게 불안해지자 최종대부자로서 일부 은행, 종합금융회사, 증권회사 등에 대하여 10조 원규모의 특별대츨을 실시하였습니다. 2009년에는 글로벌 금융위기에 대응하여 은행의 자본을 확충함으로써 신용공급 확대 및 원활한 기업 구조조정 추진 등을 유도하기 위해 한국산업은행을 통해 은행자본확충펀드 3조 2,966억 원을 지원하였습니다. 또한 2020년 들어서는 신종코로나바이러스 확산 등이 국내 실물경제에 미치는 영향을 최소화하고 금융시장의 안정을 도모하기 위한 일련의 유동성 공급정책을 수행하는 가운데 자금조달이 크게 어려워질 가능성이 높은 기업, 은행 및 비은행 금융기관을 지원하기 위하여 10조 원 한도의 금융안정특별대출제도를 시행하였습니다. 미국의 경우에도 연방준비제도는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에 대응하여 TAF(Term Auction Facility), TSLF(Term Securities Lending Facility), PDCF(Primary Dealer Credit Facility) 등 다양한 대출제도를 신설하여 금융기관에 대한 유동성 공급을 크게 확대하였습니다. 또한 2020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확산에 따른 실물경제 부진과 금융시장 변동성 확대 등에 대응하여 금융기관에 대한 유동성을 확대하고 중소·중견기업과 소기업에 대한 대출 지원을 확대하였습니다.
최종대부자(lender of last resor)란 금융위기가 발생하여 개별 금융기관 또는 금융시장에 돈 부족사태가 나타날 위기 극복을 위하여 돈을 공급해 줄 수 있는 마지막 보루를 뜻합니다. 이는 현실적으로 화폐의 독점적 발행권과 무제한 공급력을 가지고 있는 중앙은행만이 할 수 있는 일입니다.
금융기관 특히 은행은 단기의 예금을 받아 장기로 대출을 해 주기 때문에 보유하고 있는 자산과 부채 간에 만기가 일치하지 않습니다. 또한 고객의 예금인출 요구에 응하지 하지만 대출을 회수하는데는 시간이 걸리게 됩니다. 이에 따라 유사시 예금인출 사태가 발생하는 경우 은행이 예금인출 요구에 응하지 못하는 유동성 위기에 처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한 은행의 유동성 위기는 금융시스템 전체에 대한 불신으로 이어져 건전한 은행이라도 동반하여 위기에 처해질 수 있습니다. 따라서 중앙은행은 금융위기 시에 금융기관에 충분한 자금을 공급해 줌으로써 사람들의 불안심리를 안정시키고 위기의 확산을 방지하여 위기를 넘길 수 있게 도와줍니다.
그러나 중앙은행이 위기 때마다 금웅기관을 도와주는 것은 다른 한편으로 금융기관들이 고수익 고위험 자산을 더욱 선호하게 함으써 경영이 불건전해지는 도덕적 해이(moral hazard)를 초래할 위험성이 있습니다. 또한 예금자들도 자신들이 거래하는 금융기관의 경영과 재무상태의 건전성에 대한 판단 없이 고금리를 제시하는 금융기관에 자금을 맡기게 될 것입니다. 따라서 최종대부자로서의 책임이 있는 중앙은행은 경영실태 파악과 지도·감독 등을 통하여 금융기관이 건전하게 경영될 수 있도록 유도하는 일을 합니다.
한편 중앙은행은 금융기관의 신용공급이 크게 위축되는 등 비상시기에는 금융기관이 아닌 영리기업 등에 대해서도 자금을 공급해주는 정책을 강구하기도 합니다. 특히 글로벌 금융위기와 신종코로나바이러스 확산으로 인한 경제위기에 대응하는 과정 등에서 중앙은행의 최종대부자 기능은 전통적 범위를 넘어 확장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고 하겠습니다.
지급준비제도는 은행이 고객의 예금인출 요구 등에 대비하여 예금 및 은행발행 금융채 발행액의 일정비율, 즉 지급준비율 만큼 의무적으로 중앙은행에 예치하거나 현금으로 보유하도록 하는 제도입니다. 중앙은행이 지급준비율을 올리면 은행들은 더 많은 지급준비금을 보유해야 하므로 예금 중에서 대출할 수 있는 금액이 줄어들고 따라서 시중에 유통되는 돈의 양이 줄어들게 됩니다. 반대로 지급준비율을 내리면 은행이 대출할 수 있는 금액이 커지고 시중의 돈은 늘어납니다. 지급준비율은 조금만 조정되더라도 경제 전체의 돈의 양이나 은행 경영에 영향을 크게 미치므로 일반적으로 중앙은행이 지급준비율을 자주 조정하지는 않습니다. 지금준비제도는 1980년대 이전까지만 해도 금융시장이 발달하지 못한 상황에서 지급준비 관련 규정 등의 제·개정만으로도 강력한 통화량 조절 효과를 거둘 수 있다는 점에서 중요한 통화정택의 수단으로 활용되었습니다. 1980년대 이루에는 금융의 자유화 및 개방화 등으로 시장기능에 바탕을 둔 통화정책의 필요성이 부각됨에 따라 공개시장운영이 주된 통화정책 수단으로 자리잡으면서 지급준비제도의 역할을 상대적으로 축소되었습니다. 그러나 중앙은행은 지급준비율 변경을 통해 금융기관의 자금사정을 변화시키고 시중 유동성을 조정할 수 있으며 나아가 금융안정을 도모하고 금융시장에 중앙은행의 정책방향을 알리는 공시효과(announcement effect)가 있기 때문에 지급준비제도는 여전히 유용한 정책수단으로 활용되고 있습니다.
통화정책은 어떻게 수행되는가?
먼저 중앙은행은 통화정책을 결정하고 집행하기 위해 포괄적인 제도적 장치인 통화정책체계를 갖추고 있습니다. 이는 구체적으로 다음과 같은 네가지 요소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통화정책이 결정된고 집행되는 제도적 장치
첫째, 통화정책의 최종목표입니다. 일반적으로 통화정책은 물가안정, 경제성장, 국제수지 균형, 고용 및 자금안정 등의 여러가지 목표를 달성하고자 합니다. 이중에도 가장 중요한 목표는 물가안정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둘째, 명목기준지표와 운용목표입니다. 명목기준지표는 통화정책의 최종목표와 밀접한 관계가 있는 지표로서 중앙은행이 특히 관심을 가지고 관리하는 변수입니다. 예를 들면 통화량, 환율, 인플레이션율 등이 있습니다. 그리고 운용목표는 중앙은행이 명목기준지표의 달성을 위해 실제로 정책수단을 통해 제어하고자 하는 지표를 말합니다. 예를 들면 단기 시장금리, 지급준비금 등이 있습니다. 중앙은행은 정책수단을 활용하여 운용목표를 제어하고 이를 통해 미리 설정한 명목지준지표의 수준을 달성하며 궁극적으로 최종목표를 달성하도록 하는 형태로 통화정책을 수행하는 것입니다.
셋째, 통화정책의 수단입니다. 중앙은행은 전통적으로 공개시장운영, 여수신제도, 지급준비제도 등의 정책수단을 갖고 있습니다. 이 외에 중앙은행은 글로벌 금융위기 대응과정에서 양적완화(quantitative easing), 사전적 정책방행 제시(forward guidance) 등의 비전통적 정책수단을 활용하였습니다. 또한 중앙은행은 통화정책을 성공적으로 수행하기 위해 다양한 정보와 분석수단을 활용하고 있습니다.
넷째, 통화정책의 결정과 집행을 뒷받침하는 제도에 관한 것입니다. 중앙은행의 의사결정 및 집행기구의 형태, 독립성, 투명성, 책임성 등에 관한 제도적 요소들을 말합니다.
미국의 작자 윌 로저스는 태초 이래 인류의 세가지 위대한 발명품으로 물, 바퀴, 그리고 중앙은행을 꼽기도 했는데 현대적 의미의 중앙은행은 국민으로부터 권한을 위임받은 의회가 제정한 법률에 의해 독립기관이 됨으로써 제 역할을 하게 되었습니다.
중앙은행은 그 장의 임명을 대통령이 하지만 대통령의 직접 통제를 받는 일반 행정부처와는 달리 임명된 이후에는 업무의 독립성이 철저히 보장되어야 하는 기관입니다.
오늘날 각국이 대통령의 직접 통제를 받지 않는 독립된 중앙은행에 화폐를 발행하고 양을 조절하는 업무를 맡기게 된 것은 그 일이 외부의 영향을 받지 않고 국민경제의 건전한 발전을 위해 중립적이고 자주적으로 수행되어야만 하는 영역이기 때문입니다. 이는 앞에서 설명한 대로 각국의 오랜 경험을 통해 확인되어온 역사적 산물이기도 합니다.
그리스신화의 영웅 율리시스가 트로이 전쟁을 승릭로 이끌고 돌아가는 길에 요정 사이렌이 사는 섬을 지나게 됩니다. 이전의 수 많은 항해자들이 사이렌의 아름다운 노래에 홀려 바다에 빠지거나 배가 난파되었는데 이를 알고 있는 율리시스는 자기 몸을 배의 돛대에 묶습니다. 그렇게 해서 사이렌의 유혹을 견뎌내고 섬을 무사히 통가합니다. 흔히 망망대해를 헤쳐나가는 항해자로 비유되는 중앙은행도 돈을 발행하고 그 양을 조절하는 일을 하는 데 있어서 외부 압력이나 유횩에 결코 흔들리지 않는 모습을 보여야 합니다.
자료 : 조홍균,‘가족과 함께 읽는 경제교실’, 동아일보 2019년 5월 14일 수정 발췌
통화정책체계의 구성요소 가운데 최종목표나 중앙은행의 독립성, 투명성, 책임성과 정책수단의 종류 등은 본질적으로 나라마다 비슷합니다. 차이가 있다면 정도의 차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통화정책의 최종목표와 밀접한 관계가 있는 명목기준지표의 선택은 나라마다 뚜렷한 차별성을 갖습니다. 구체적으로 통화량을 명목기준지표로 활용하는 경우를 통화량목표제(mometary targeting), 환율을 명목기준지표로 활용하는 경우를 환율목표제(exchange rate rargeting), 그리고 물가상승률을 명목기준지표로 활용하는 경우를 물가안정목표제(inflation targeting)라고 부릅니다. 이와 같이 명목기준지표의 선택은 중앙은행이 통화정책을 실제로 운영하는 기본적인 체제를 나타낸다는 의미에서 통화정책운영체제라고 부릅니다.
중앙은행이 일정기간 달성해야 할 물가 목표치를 제시라고 이를 달성하기 위해 정책금리를 운용목표로 삼아 정책을 펴는 방식
우리나라는 1997년 말 외환위기 이전에는 통화량을 명목기준지표(중간목표)로 하는 통화량목표제를 채택하였으나 1998년부터는 물가안정목표제를 도입·운영하고 있습니다. 우리나라의 통화정책체계는 ①최종목표 면에서 물가안정, ②명목기준지표면에서는 인플레이션율, 그리고 운용목표 면에서는 단기시장금리, ③정책수단 면에서는 기본적인 공개시장운영, 여수신제도, 지급준비제도와 함께 보다 선진화된고 시장기능에 초첨을 맞춘 수단 및 분석기법의 할용 ④제도면에서는 독립성, 투명성, 책임성의 강조 등으로 특징지을 수 있습니다.
우리나라 중앙은행인 한국은행이 운영하고 있는 물가안정목표제는 중앙은행이 정책의 수행으로부터 실제 효과가 나타나기까지 걸리는 시간을 단기 보다 더 긴 중기(중기적 시계)로 설정하고, 이러한 정책시계를 감안하여 미리 제시한 물가안정목표를 달성하도록 통화정책을 수행하는 방식입니다. 중앙은행은 통화량, 금리, 환율 등에 대한 정보를 활용하여 앞으로의 인플레이션을 예측하고, 실제 물가상승률이 물가안정목표에 도달할 수 있도록 정책을 수행합니다.
보다 구체적으로 설명하면 한국은행은 정책금리인 기준금리 수준을 결정·발표하고 통화정책수단을 이용하여 단기시장금리(운용목표)인 익일물 콜금리가 기준금리 수준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도록 유도함으로써 물가안정목표를 달성하도록 하는 형태로 통화정책(금리중심 통화정책)을 수행하고 있습니다. 한국은행은 물가변동, 실물경기의 움직임, 금융·외환시장 동향 등을 종합적으로 검토하여 기준금리 수준을 결정·공표하고 있습니다. 아울러 정책운영·성과를 평가하고 시장의 기대와 반응을 반영하면서 정책을 수정해 나갑니다. 요컨대 우리나라의 통화정책은 금리의 조정을 통하여 소비, 투자 등 총수요에 영향을 미침으로써 실제 물가상승률이 중앙은행이 설정한 물가안정목표에 근접하여 안정적으로 유지되도록 운영되고 있습다.
물가안정목표제는 이를 채택하여 운영해 온 국가들의 물가상승률이 이전에 비해 낮아지는 등 물가와 인플레이션 기대심리를 안정시키는 데 어는 정도 성과를 거두었다고 긍정적으로 평가되고 있습니다. 일부에서는 물가안정목표제 하에서 중앙은행이 사전에 공표된 물가안정목표의 달성에만 집착한 나머지 통화정책이 경직적(strict)으로 운영될 수 있다는 비판이 있습니다. 그러나 물가안정목표제를 운영하는 대부분의 중앙은행은 중기적인 정책 시계에서 물가안정을 최우선적으로 고려하되, 단기적으로는 제반 금융경제여건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국민경제에 가장 도움이 된다고 판단되는 방향으로 통화정책을 신축적(flexible)으로 운영하고 있습니다. 한편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저인플레이션, 저성장, 저금리 현상이 지속되면서 물가안정목표제가 새로운 도전에 직면하고 있으며 통화정책의 유효성을 높이기 위한 다양한 대안들이 논의되고 있습니다.
우리나라의 중앙은행인 한국은행의 설립 목적은 효율적인 통화신용정책의 수립과 집행을 통하여 물가안정을 도모함으로써 국민경제의 건전한 발전에 이바지하는 것입니다.(한국은행법 제1조 제1항). 아울러 한국은행은 통화신용 정책을 수행함에 있어 금융안정에 유의하도록 되어 있습니다(한국은행법 제1조 제2항, 2011년 12월 17일 시행)
통화정책은 어떻게 경제에 영향을 미치는가?
그러면 통화정책은 어떤 경로를 거쳐 실물경제에 영향을 미침으로써 총수수의 변화를 통해 궁극적으로 최종목표를 달성하게 될까요>
실제로 통화정책은 길로 복잡한 경로를 거쳐 실물경제에 영향을 줍니다. 일반적으로 통화정책의 파급경로에는 금리경로, 자산가격경로, 환율경로, 신용경로 등이 있습니다.
먼저 금리경로를 살펴보겠습니다. 중앙은행이 정책금리를 조정하면 이에 대응하여 단기 및 장기시장금리, 여수신금리 등이 변화하고 이어서 가계 소비와 기업 투자 등의 변화를 거쳐 총수요와 물가상승 등에 영향을 미치는 경로를 말합니다. 예를 들어 중앙은행이 정책금리를 낮누면 장단기 시장금리와 여수신금리가 낮아지게 되고 소비와 투자가 늘어남으로써 총수요가 증가하고 물가를 상승하는 방향으로 영향을 미치는 것입니다.
정책금리의 조정이 장단기 시장금리와 금융기관 여수신금리를 변동시키고, 나아가 소비와 추자 등 총수요와 물가에 영향을 미치는 경로
다음으로 자산가격경로는 중앙은행의 통화정책이 주식이나 부동산과 같은 자산의 가격을 변화시켜 총수요와 물가에 영향을 미치는 경로를 말합니다. 예를 들어 중앙은행의 정책금리 인하로 개인이 보유한 주식이나 부동산의 가격이 오르면 개인의 부가 늘어나 소비가 늘어날 여력이 커지게 됩니다. 또한 금리 인하로 주가가 오르면 기업의 시장가치가 커집니다. 이에 따라 기업들은 높은 가격으로 주식을 발행할 수 있고, 그 결과 상대적으로 더 적은 비용으로 더 많은 투자를 할 수 있게 됩니다.
정책금리의 조정이 주식과 부동산 등 자산가치를 변동시키고 이로 인해 총수요와 물가가 영향을 받는 경로
또한 환율경로는 중앙은행의 정책금리 조정이 국내금리를 변화시키고 다시 환율에 영향을 미치고 변동된 환율이 총수요와 물가에 영향을 미치는 경로를 말합니다. 예를 들어 중앙은행의 정책금리 인하로 국내금리가 하락하면 원화로 표시된 금융자산의 수익률이 떨어지게 된다. 그러면 사람들은 상대적으로 수익률이 높아진 외국통화(예: 달러화)표시 금융자산을 사려고 할 것이고, 이를 위해서는 원화를 팔고 달러화를 사야 합니다. 이는 원화의 초과공급과 달러화의 초과수요를 가져와 원화가치를 떨어뜨리게 됩니다(원화환율 상승). 원화환율의 상승은 달러화로 표시된 수출품 가격을 낮추는 반면 원화로 표시한 수입품 가격을 상승시킵니다. 이에 따라 수입은 줄고 수출은 늘어나며 경상수지가 개선됩니다. 또한 환율상승은 수입가격을 높여 국내물가를 오르게 합니다.
정책금리의 조정에 따른 내외금리차 변화가 자본 유출입에 영향을 미쳐 환율이 변동함으로써 수출입과 물가 등이 변화는 경로
위의 세 가지 경로의 공통점은 금융시장 가격변수의 변동을 통해 정책효과가 경제에 파급된다는 점입니다. 이에 비해 신용경로는 통화정책이 양적인 측면, 즉 은행대출 규모에 영향을 미쳐 정책효과가 실물경제에 전달된다는 점이 다릅니다. 예를 들어 중앙은행이 정책금리를 인하할 경우 금융기관의 대출금리가 하락하여 경제주체의 대출수요가 증가하는 한편 시중 자금의 가용향이 늘어나 금융기관의 대출여력도 커지게 됩니다. 이에 따라 은행대출규모(신용규모)가 증가하면서 소비와 투자 등 총수요가 늘어나게 됩니다. 그 결과 경제활동이 활발해지고 물가가 상승압력을 받게 됩니다.
통화정책의 방향이 바뀔 경우 기업과 가계에 대한 금융기관의 대출태도가 변하고, 이에 따라 소비와 투자가 변하고 물가가 영향을 받게 되는 경우
이외에도 중앙은행의 정책에 대한 경제주체들의 신뢰성과 관련한 기대경로,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의 경험을 계기로 관심을 받는 위험선호경로 등이 있습니다. 이와 같이 통화정책은 다양한 경로를 거쳐 경제전반에 영향을 미치는데 경제상황이나 금융시장의 구조 및 발달 정도 등에 따라 파급경로별로 걸리는 시간이나 영향의 크기가 달라질 수 있습니다.
재정정책과 그 수단
오늘날 정부는 경제성장과 물가안정, 국제수지 균형 등과 같은 거시경제의 안정은 물론 소득불균형 개선, 사회복지 증진 등을 위한 여러 가지 기능을 수행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정부지출과 조세를 정책수단으로 사용하는 정부의 제반 정책을 통틀어 재정정책이라 합니다. 그러나 일반적으로는 소득불균형 개선과 사회복지 증진을 위한 정책은 제외하고 정부지출과 조세수입의 양과 구조를 의도적으로 변화시켜 총수요 를 조절함으로써 경제안정을 도모하려는 긴축적 또는 확장적 재정활동에 한하여 재정정책이라고 말하고 있습니다.
정부가 재정지출이나 세금의 조정 등을 통하여 경제를 안정시키고자 하는 정책
정부 재정의 세출 항목은 매우 다양하지만, 크게 지출 대상을 기준으로 재화와 서비스를 구입하기 위한 지출과 특정 개인이나 부문에 대한 보조금 및 융자금으로 나누어 볼 수 있습니다. 모든 재정지출은 총수요를 증가시키지만 경제안정화와 관련해 우리가 관심을 갖는 것은 바로 전자입니다. 전자의 지출은 공무원 급여, 비품구입 등을 위한 소비지출과 도로, 항만, 통신, 운수 등 유무형의 사회간접자본 형성을 위한 투자지출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경제가 불황일 때 정부는 공공투자 사업을 벌이는 등의 방법으로 재정지출을 확대하여 총수요의 증가를 유도합니다. 한편 최근의 신종코 로나바이러스 확산에 대응하여 일반 가계와 소상공인 및 자영업자 등에 지급된 긴급재난지원금은 위기 상황에서 총수요에 미치는 영향을 최소화하기 위한 재정지출의 사례입니다.
정부가 다양한 재정활동을 수행하는데 필요한 재원인 세입은 어디서 나올까요? 일부는 공기업 운영 수입과 국공채 발행 등으로 채우지만 대부분은 민간부문으로부터 거두어들이는 세금으로 조달합니다. 조세는 그 구조와 세율의 조정을 통하여 경제안정, 소득분배 등에 영향을 미칠 수 있습니다. 특히 경기가 침체한 경우 정부는 세금감면이나 세율 인하를 통해 민간 부문의 생산 및 소비활동을 촉진하여 경제안정을 도모합니다. 경우에 따라서는 재정정책의 효과를 높이기 위하여 정부지출과 조세의 두 가지 수단을 동시에 쓰기도 합니다. 예를 들어 정부지출을 늘리는 동시에 세율을 낮추면 총수요를 보다 효과적으로 늘릴 수 있습니다.
재정적자를 메우는 방법
경제안정을 위한 정부의 개입 그 자체를 반대하는 사람도 있지만, 현실에서는 거의 모든 나라가 경제안정을 도모하기 위해 적극적인 재정정책을 활용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정부가 경제안정화를 위해 재정정책을 자주 쓰면 적자재정을 경험하게 됩니다. 왜냐하면 현실에서 정부의 정책적 대응은 경기과열일 때보다는 침체일 때에 더 자주 발생하는데 대부분 정부지출의 증가로 나타나기 때문입니다. 한번 늘어난 정부지출을 다시 줄이기는 매우 어려워 정책과 관련된 예산과 이를 담당하는 인력이 늘어나고 다시 지출규모가 확대되는 악순환이 반복되기도 합니다.
재정지출이 조세수입 등으로 마련된 재정수입을 초과하는 상태
정부의 재정적자를 메우는 방법에는 크게 세 가지가 있습니다. 먼저 국민들로부터 세금을 더 거두어 들이는 방법이 있습니다. 그러나 이러한 세금 징수는 강제성을 띤 것으로 국회의 동의를 얻어 세법을 고쳐야 가능하기 때문에 생각처럼 간단한 문제가 아닙니다. 그것이 가능하다 하더라도 세금을 늘리는 것은 국민의 조세저항에 직면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특히 재정적자가 발생하였을 때에는 이미 경기가 부진한 상황이기 때문에 혹시 조세감면이라면 모를까 세금을 늘리는 것이 오히려 경기를 침체상태로 떨어뜨릴 수 있어 집행하는 데 큰 어려움이 있습니다.
중앙은행으로부터 자금을 빌리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 됩니다. 중앙은행차입을 통해 재정적자를 보전하는 것이 정부로서는 훨씬 쉬운방법일 수 있습니다. 중앙은행이 발행한 화폐를 갖다 쓰면 되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이 방법은 고스란히 통화량 증가로 나타나 물가불안을 초래합니다.
끝으로 정부가 국채를 발행하여 필요한 자금을 마련하는 방법이 있습니다. 그러나 국채발행에 따른 이자부담은 결국 국민의 몫으로 조세부담과 크게 다를 바 없습니다. 더욱이 국채의 만기가 도래하면 정부는 조세수입이나 또 다른 국채 발행을 통해 이를 상환해야 하는데 조세수입을 통한 채무상환의 경우 후손들이 그 부담을 지게 됩니다. 다시 국채를 발행해 상환하는 경우에도 국채 보유자에게 계속 이자를 지급해야 하므로 부담이 후손들에게 떠넘겨지는 것은 마찬가지입니다.
경제안정화를 위한 확장적 재정정책 때문에 불가피하게 적자재정이 필요한 경우도 있지만 재정수지가 상당시간 균형수준에서 벗어나지 않도록 유의해야 합니다. 이는 국가채무가 지나치게 늘어나지 않도록 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균형재정의 달성을 위한 기간을 어느정도로 할 것인지는 정부의 정책의지에 달려 있다고 할 수 있습니다. 정부가 매 회계연도를 기준으로 단기적인 균형재정에 집착할 경우 경제상황에 부합하지 않는 재정지출로 인해 경기 변동의 진폭이 더욱 커질 수 있습니다. 즉, 경제가 호황일 때는 재정수입이 늘어나는 가운데 물가가 오르는 경향이 있으므로 정부가 인플레이션 억제를 위해서는 지출을 줄여야겠지만 균형재정원칙을 지키려 한다면 늘어난 재정수입만큼 지출을 오히려 늘려야 합니다. 그렇게 되면 인플레이션의 억제가 더욱 어려워 질 것입니다. 따라서 균형재정을 1년 단위로 달성·유지하려고 노력하기보다는 3~5년 정도의 중기 단위로 달성하도록 재정을 보다 신축성 있게 운용하는 것이 재정정책의 경제안정화 효과를 높이는 데 도움이 될 것입니다. 우리나라 정부는 2005년부터 5년 단위의 국가재정운용계획을 매년 수립하고, 단일 연도의 예산을 이러한 중장기 틀 안에서 운용해 나간다는 계획을 갖고 있습니다.
경제안정화정책이 성공하려면?
경제안정화정책의 한계
경기변동은 계절의 변화와 같이 시장경제에서 발생하는 자연스러운 현상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시장경제가 효율적이며 웬만한 외부 충격에 대해서도 자율적인 조정 능력을 갖고 있다고 믿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현실의 시장경제는 이처럼 완전하지는 않습니다. 예를 들어 예상하지 못한 외부충격 등으로 인해 과도한 물가상승이나 대규모 실업과 같은 경제불안이 발생할 때에는 시장경제의 조정 능력으로 이를 해소하는 데 한계가 있을 수 있습니다. 이에 따라 정책당국이 경제안정을 도모하기 위한 정책을 적시에 수행하도록 노력하지만 경제안정화정책의 효과가 당국의 의도대로 제때에 나타나도록 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닙니다. 그러면 정책 당국이 경제안정화정책을 펼 때 겪는 어려움은 왜 생기는 걸까요?
우선 정책시차의 존재를 들 수 있습니다. 정책당국이 경제안정화정책의 필요성을 느끼고 구체적인 정책을 수립&middlot;시행하는 데에는 적지 않은 시간이 소용됩니다. 그리고 정책효과가 실제 나타나는 데에도 많은 시간이 걸립니다. 일반적으로 통화정책은 정책의 수립&middlot;집행이 비교적 짧은 시간에 이루어지는 반면 그 효과가 나타나기까지 다소 긴 시간이 걸립니다. 반대로 재정정책은 그 효과가 통화정책에 비해 빨리 나타나지만 정책의 수립과 집행에 긴시간이 걸립니다. 이처럼 경제문제를 인식하고 정책을 수립&middlot;집행하여 그 효과가 나타나기까지 걸리는 시간이 정책에 따라 차이가 있다는 점을 고려하지 않으면 경제안정화정책 자체가 오히려 경제의 불안을 심화시킬 수 있습니다.
옛말에 '물 좋고 정자 좋은 곳을 고르는 일은 어렵다'는 말이 있습니다. 정부의 정책 집행과 관련하여 우리 주변에는 이와 유사한 사례들이 많습니다.
정부가 어떤 정책을 결정할 때 대부분의 경우 이에 반대하는 상대편도 있기 때문에 혜택을 얻는 쪽이 있으면 그렇지 못한 쪽이 늘 있게 마련입니다. 예를 들어 경부고속철도의 중간 정거장을 늘리면 신설되는 정거장 근처의 주민들은 편리하겠지만 부산까지 가는 승객들에게는 그만큼 탑승시간이 길어지니 손해일 수 밖에 없습니다. 다른 예로 도시 주변의 녹지대를 보존하기 위해 정부가 그린벨트를 지정하면 막상 그 안에서 사는 주민들은 마음대로 재산권 행사를 할 수 없기 때문에 피해를 보게 됩니다. 이처럼 모든 사람을 한꺼번에 만족시키는 정책을 찾기란 거의 불가능한 일입니다.
다음으로 정책목표들 사이의 상충(trade-off)도 경제안정화정책의 시행을 어렵게 합니다. 통화정책과 재정정책은 생산, 물가, 고용 등 경제 전체에 영향을 미칩니다. 그런데 개별적인 정책이 의도하고 있는 정책목표는 서로 다른 경우가 많습니다. 어느 나라든지 물가상승률과 실업률을 낮게 유지하는 것을 정책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그렇지만 일반적으로 실업률과 물가상승률은 서로 반대방향으로 움직이는 경향이 있습니다. 즉, 실업률이 높아지면 물가상승률이 낮아지고, 실업률이 낮아지면 물가상승률이 올라갑니다. 따라서 정부가 실업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확정적 재정정책을 쓰면 실업률은 낮출 수 있지만 그 대가로 물가상승이라는 희생을 치르게 됩니다. 반대로 물가상승을 억제하기 위해 긴축적 재정정책을 펴면 물가상승률을 낮추는 데는 성공할 수 있겠지만 실업자가 늘어날 수 있습니다. 이와 같이 물가안정과 완전고용은 현실적으로 동시에 잡기 어려운 '두 마리의 토끼'라고 할 수 있습니다. 또한 정부지출을 증가시키거나 조세수입을 감소시키는 확장적 재정정책은 단기적으로 고용과 생산증대에 도움이 되지만 장기적으로는 물가나 금리를 상승시킬 수 있습니다. 확장적 재정정책에도 불구하고 금리가 상승하는 경우에는 당초 증가할 것으로 예상했던 민간투자나 소비가 줄어드는 구축효과(crowding-out effect)가 발생할 수 있습니다.
확장적 재정정책의 효과가 금리 상승에 따른 민간 부문의 투자와 소비 감소로 장기적으로 줄어드는 현상
마지막으로 정책수단들이 서로 영향을 주고받는다는 점도 경제안정화정책을 실시하는 데 있어서 하나의 어려움입니다. 통화정책과 재정정책은 정부의 예산제약에 의해 서로 연결되어 있습니다. 이러한 정책수단의 제약은 정책의 선택과 강도에 관한 의사결정을 어렵게합니다. 예를 들어 경기 과열을 방지하기 위하여 통화긴축이 요구되는 상황이 발생했다고 가정해 봅시다. 그러나 이때 재정적자가 계속 누적되고 있는 상황이라면 중앙은행은 강력한 긴축정책을 펴기가 어렵습니다. 왜냐하면 이 경우 통화 긴축으로 경기가 위축되면 정부의 조세수입이 감소하여 재정적자가 더육 확대될 것이기 때문입니다. 더욱이 재정적자 지속될 경우에도 보통시장 금리가 오르는데 이러한 상황에서 중앙은행이 통화긴축을 실시하기는 더욱 어려워 질 것입니다.
통화정책과 재정정책은 서로 독립적인 것이 아니라 밀접한 관계가 있습니다. 국외차입이 없는 폐쇄경제에서 정부의 예산제약은 정부지출(G), 조세수입(T), 통화량 증가(ΔM), 국공채발행 증가(ΔB) 등 4개의 변수의 관계를 이용하여 나타낼 수 있습니다.
위 식은 정부의 재정적자, 즉 조세수입(T)을 초과하는 정부지출(G)은 결국 통화증발과 국공채 발행으로 메워져야 한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이러한 관계로부터 우리는 재정적자와 그로 인한 국가채무의 누적은 중앙은행의 통화정책 수행을 어렵게 하는 요인으로 작용한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선제적'이라는 말에 두 가지의 뜻이 담겨 있습니다. 첫째는 어떤 사전이 일어나기 전에 미리 대비한다는 것입니다. 경기침체로 대량실업이 발생하거나 경기과열로 물가가 큰 폭으로 오른 뒤에 어떤 조치를 취해 보아도 기대하는 효과를 거두기 어려울 것입니다. 그러므로 경제의 불안정 현상이 나타나기 전에 미리 경기변동의 정도를 조절해야 한다는 의미가 됩니다. 둘째는 정책효과가 나타나기까지 상당한 시간이 걸린다면 미래의 경제상황에 대한 정확한 예측을 바탕으로 이에 적합한 정책을 미리 취해야 한다는 뜻입니다. 통화정책은 그 효과가 나타나려면 ‘단기금리 → 장기금리 → 생산·투자 → 물가’의 긴 경로를 거치는데 시차가 짧게는 6개월, 길게는 2년 정도에 이릅니다. 따라서 지금은 물가가 안정되어 있다 하더라도 앞으로 경기 과열과 인플레이션 발생이 우려된다면 미리 정책기조를 바꿀 필요가 있는 것입니다.
그런데 선제적 통화정책은 그 당위성이 크지만 이를 실천에 옮기는 일은 쉬운 일이 아닙니다. 경제에 이미 물가상승 등 심각한 불균형이 나타났다면 대부분의 경제주체들은 정책기조의 전환을 별다른 거부감 없이 받아들일 것입니다. 그러나 그렇지 않은 상황에서 사람들이 원하지 않는 방향으로 정책을 바꾼다면, 중앙은행은 많은 비난을 면치 못할 것입니다.
중앙은행은 각종 경제지표의 움직임을 보면서 경기가 조금이라도 과열되어 물가가 오를 기미가 보이면 이를 진정시키기 위해 노력합니다. 그래서 중앙은행은 '잔치가 무르익을 무렵 술병을 치워 버리는 심술궂은 사람(killjoy)'으로 비유되기도 합니다. 그러나 국민 다수가 지지하는 선제적 통화정책이 경제를 장기호황으로 이끄는 원동력이라는 것은 통화정책의 최고 성공사례로 꼽히는 미국 연준의 예에서 이미 확인된 바 있습니다
정책의 조화
이처럼 정책담당자들은 경제안정화정책을 시행할 때 여러 가지 문제에 직면하게 됩니다. 정책시차 문제를 어떻게 해결하고 상반된 정책목표와 수단을 어떻게 조화시키는가 하는 것이 바로 정책담당자들의 과제인 것입니다. 통화정책과 재정정책은 기본적으로 국민경제의 안정적 성장을 도모하기 위한 정책수단이라는 점에서 유사합니다. 그러나 정책의 시행 주체와 절차, 시차 등에서 차이가 있습니다. 이처럼 두 정책은 유사한 기능을 가지고 있지만 나름대로 다른 특성을 갖고 있으므로 이를 잘 감안하여 조화롭게 운용할 필요가 있습니다.
예를 들어 물가불안이 우려되는 시기에는 선제적으로 금리를 인상하여 시장에 강력한 긴축 신호를 보냄으로써 경기가 과열로 이어지지 않게 하고 재정도 건전한 방향으로 운용하는 것이 좋을 것입니다. 반대로 극심한 경기침체기에는 효과가 빨리 나타나는 확장적 재정정책을 우선 사용하고 통화정책을 보완적인 수단으로 활용하는 정책조합(policy mix)을 생각할 수 있습니다.
보다 바람직한 정책효과를 위해 재정정책과 통화정책을 상호 보완적으로 혼합해서 사용하려는 시도
앞에서 보았듯이 두 정책수단은 서로 영향을 미치기도 합니다. 만약 중앙은행이 통화정책을 긴축적으로 운용하여 금리가 상승하면, 국채 이자부담이 늘어나 정부의 재정운용에 영향을 미치게 됩니다. 만약 정부가 지출을 확대하고 그 재원을 국채 발행으로 마련하는 경우 시장에 국채 공급이 늘어나 금리가 상승하게 됩니다. 이는 중앙은행이 적절하다고 판단하는 금리 수준보다 높을 수 있어 통화정책의 교란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습니다. 따라서 통화정책과 재정정책은 서로의 특성과 상호연관성 등을 감안하여 긴밀한 협조관계를 유지함으로써 국민경제 전체의 효용을 극대화하는 방향으로 조화롭게 운영되어야 합니다.
경제안정화정책 성공의 열쇠
과거 경제정책을 추진할 때는 빠르고 신속하게 의사결정을 하고 한번 결정한 정책은 과감하게 추진하는 것을 중시하였습니다. 그러나 최근에는 경제상황이 가변적이고 정책담당자도 불확실성을 늘 안고 있기 때문에 경제정책의 집행방식이 달라질 필요가 있습니다. 즉 정책결정은 장기적 관점에서 신중하게 내려야 하고 정책 방향은 일관성을 유지하여야 합니다. 경제정책이 국민경제에 미치는 영향은 매우 클 뿐만 아니라 오랜 기간 지속되기 때문에 더욱 그러합니다.
많은 경제정책은 국민이 일정한 방식으로 반응할 것이라는 예상 아래 시행되고 있습니다. 그런데 정책은 그 대상이 되는 민간 경제주체나 시장이 정책입안자의 의도대로 따라 줄 때에만 효과가 제대로 발휘될 수 있습니다. 정부가 일관되지 못하고 투명하지 않은 방식으로 정책을 수행할 경우 정책에 대한 시장참가자의 신뢰가 사라지고 예상한 것과 다른 반응이 나타나게 됩니다.
그러면 경제안정화정책의 '성공의 열쇠'는 무엇일까요? 우선 정부는 정책의 일관성을 유지하여 시장으로부터 정책에 대한 신뢰를 얻어야 합니다.
정부는 시장의 속성과 행태를 보다 면밀히 주시하여 시장 움직임에 반하지 않는 정책을 펼 때 정부 자신 또는 정책의 신뢰성을 얻을 수 있다는 점을 인식해야 합니다. 민간 경제주체들이 정부정책을 믿고 따를 수 있게 하려면 경제정책의 수립과 집행이 수미일관(首尾一貫)해야 합니다. 일관성을 잃게 되면 각 경제주체들은 시장의 움직임에 적응하기 어려워지고 때로는 시장 불확실성이 높아져 예기치 않은 시장동요를 초래할 수 있습니다. 특히 대외개방이 크게 확대된 현재의 상황에서는 더욱 그렇습니다.
우리는 경제양극화라는 말을 자주 듣고 있습니다. 내수와 수출경기간, 산업간, 기업간, 계층간에 양극화 현상이 뚜렷하다고 합니다. 수출은 큰 폭의 신장세를 보이고 있는데 비해 내수가 부진하며, 자동차·조선·철강·IT산업 등은 호조인데 다른 업종들은 그렇지 못합니다. 대기업은 막대한 이익을 올리고 있지만 중소기업은 그렇지 못합니다. 정규직은 안정된 일자리와 소득이 보장된 반면 비정규직의 일자리와 소득은 불안정합니다.
이러한 경제양극화 현상은 왜 발생할까요? 양극화 현상은 기본적으로 성숙단계 진입, 세계화, 기술진보 등 경제환경 변화에 대한 경제주체들의 적응능력 차이에 따라 불가피하게 발생합니다. 이 밖에 소재부품 산업의 미발달로 인한 수출과 내수의 연관성 미약, 중소기업 성장기반의 취약성, 그리고 고용구조 악화 등도 발생원인으로 작용합니다.
이처럼 여러 부문에서 경제양극화 현상이 지속되거나 그 정도가 심화될 경우에는 단기적으로 경제의 변동성이 커질 수 있습니다. 또한 장기적으로는 인적 또는 물적 자본의 축적이 약화되어 성장잠재력이 훼손될 수 있습니다.
앞에서 살펴본 경제안정화정책은 총수요를 잠재생산능력 수준에 근접시켜 경기변동의 진폭을 줄이려는 정책으로서 국민경제 전반에 영향을 미칩니다. 그러나 경제안정화정책으로는 부문간 양극화 문제를 해결하기 힘들어 별도의 미시적인 정책 처방이 필요합니다. 먼저 소재부품과 서비스 산업 육성 등으로 국내 산업간 연관관계를 강화하여 수출증가가 투자와 고용증가, 그리고 소비 증가로 이어지는 선순환(善循環) 구조를 정착시켜야 합니다. 이러한 메커니즘이 원활하게 작동할 수 있도록 불확실성을 제거하고 경제구조를 개선하여야 합니다. 또한 중소기업의 기술개발 촉진,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의 공정경쟁 체제 구축 등을 통해 산업의 경쟁력을 높여야 합니다. 이 밖에 사회안전망을 확충해야 합니다. 특히 구조적 요인으로 노동시장에서 탈락한 근로자가 노동시장에 빨리 재진입할 수 있도록 대책을 강화할 필요가 있습니다.
다음으로 정부는 정책의 일관성 못지 않게 정책의 투명성을 높이려는 노력을 기울여야 합니다. 경제 자유화와 자율화가 진행될수록 정책효과의 파급경로가 복잡해지기 때문에 정책의 효과가 눈에 띄게 잘 나타나지 않을 수 있습니다. 그러므로 경제문제의 인식, 정책수단의 동원, 그리고 집행에 이르는 일련의 과정을 투명하게 해야 합다. 아울러 공청회 등을 통해 정책의 영향을 받는 경제주체들로부터 가능한 한 많은 이해와 협조를 구하려 노력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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